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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

조금 슬픈일


학교에 리크루트가 왔을때다.

어린마음은 아니었지만, 정말 다급하고 조급하게
학교근처 속성 30분짜리 사진을 찍어 급하게 이력서를 마무리 했다.

결혼식에서만 입을 법한 당시 유행이던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고,
아버지가 선물로준 타이를 동여맷다.

깔끔하게 보인다고 긴 머리를 정리하고,
여기저기서 찾고 찾아 어렵사리 구한 가로세로가 거의 비슷한 안경태을
샀던 시기다.


이 사진이 내 첫회사에 내이름과 함께 박혔고,
그렇게 사회에 첫 발을 한걸음 내딛였다.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해어졌다. 동기들도 참 많았다.

첫회사에 첫 사수가
바로 이분이다.
사실 첫 인상은 겁나 무서운 인상이었다.
신입사원이라 쫄고 있었는데, 밤 12시까지 네이트온 켜있는 모습을 보고
우린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분을 처음 만났을때 이분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정도 되는 것 같다.
나도 저정도 년차에 저만큼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도 인생 헛 살았다. 그대로다.
몇년 안되지만 일한 시간으로 따지면 가장 함께 일한 날이 많았던 분이다.
비록 다른 회사지만 아직도 기회만 된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분이다.
물론 지금은 몸과 마음이 썪어빠져서 열심히 라는 수식어를 붙혀가며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태도가 나에게 남아있느냐가 의문이다.

섭섭해 할 까봐 이 사람도 올리겠다.
물론 내가 신입 때 역시 내 사수였다.
나이는 동갑이고
때론 선후배처럼 때론 친구처럼
동고동락을 했던 사람이다.
물론 지금도 잘먹고 잘 살고 있지만,
손금을 한 번 봤었어야 했다.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다. 물론 엄청나게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은 참 본받을만 하다. 역시 인생 선배는 선배였다. 많은 고민을 하고, 꼼꼼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부지런하고 뚝심있는 성격은 참 지금 생각해도 본받을만 하다.

역시나 지금은 다른 회사에 가있지만 종종 술한잔 하면 여전히 동료였을때 했던 이야기와 똑같은 스토리가 반복된다.


이땐 신규팀을 시작하며 조직을 세팅하고 부풀어진 마음에 뭔가를 하려고 노력했던 날이다.
체육대회가 참 즐거웠던 것 같다. 아니, 이땐 일 자체가 참으로 즐거웠던 것 같다.


열정을 가지고 놀고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열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뭐든 능동적이었으며, 뭘해도 다 될것 같았다.


물론 즐거웠을 것이다.

즐겁게 일했으며,
즐겁게 놀았고,
즐겁게 하루 하루를 보냈다.

퇴사한지 1년이 됐다.
이제 겨우 1년이 되었을 뿐이다.
아침에 길을 나서면 나에겐 더 좋은 복지, 더 많은 연봉, 더 안전한 직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즐겁게 일하는 곳은 아니고,
즐겁게 놀 사람도 없으며
즐겁게 하루 일과를 끝맺음 하지도 못한다.

선택은 항상
모든 걸 다 만족 시켜주진 못한다.

그래서 삶을 참
어렵다고들 하나보다.